B(Blank 여백,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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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Bay 주택 덧글 0 | 조회 1,194 | 2017-04-05 17:46:12
관리자  

 

집에서 주방, 화장실, 다용도실, 드레스룸, 창고 등은 조망이나 풍수가 아닌 순전히 향만을 따져 보자면 어떤 향이 제일 좋을까요?...”

 

~~ 주방은 서쪽보다는 동쪽이 좋은 거 같구요...아닌가... 화장실은 북쪽, 세탁관련 다용도실은 어~~~.... 글쎄요~~ ” 향에 대해서 특별히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건축주분의 반응입니다.

 

얼마 전 어떤 젊고 열정적인 건축주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은 집을 짓기 위해 수많은 건축 관련서적을 섭렵하고 여러 주택시공회사들을 만나오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인터넷으로 수집한 방대한 평면자료들과 직접 그렸던 평면들을 보여 주셨을 땐 긴 시간 많은 열정과 고민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패시브 하우스나 친환경 건강주택에 대해서는 저보다 한수 위였을 정도로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메일로 받아봤던 평면에는 역시나... 외부 공간()에 대한 공간배치나 주변 현황에 대한 배려 내지는 고려, 내외부동선의 연계성 및 주차나 주출입에 대한 접근방식 등등 이에 대한 표현은 아예 없더군요... 그냥 평면 각 실에 대한 면적정도만 표현되어 있고 그 평면이란 것도 그저 흔히 보이는 (땅을 밀어내는) 뚱뚱한 아파트 평면에 내부공간의 기능만을 얘기할 뿐 외부가 없는 흔한 도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100평이나 되는 땅을 어떻게 쓸 건지에 대한 컨설팅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요즘 이런 유형의 컨설팅 문의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좋은 건지 어떤 건지 )

 

그래서 직접 만나 서두의 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 겁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에 바로 답을 들려주었습니다...

일단 향에 대한 제 생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주택의 모든 실은 남향이 최우선 한다고 봅니다... 주방도 남향, 화장실, 세탁실 심지어 보일러 창고도 남향이 제일 좋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주 가혹하리만큼 추운 겨울을 지니고 있기때문이죠. 우리보다 훨씬 북반구에 있는 독일이나 영국은 우리보다 겨울이 따뜻한데요 이유는 습해서 그렇습니다. 반면 우리의 겨울은 아주 건조하죠.. (이후 생략)...“

 

이 하나의 향에 대한 설계해법으로 뚱뚱한 평면의 단점을 아주 쉽게 설명드렸고 이런 설명을 처음 듣던 건축주분께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해서 이에 대한 답을 계속 이어갑니다...

그래서 건설이나 경제의 논리로 성냥갑처럼 마구 지어진 아파트의 평면은 개집입니다... 왜냐 개한테는 직접 물어보고 짓지는 않으니까요.“...이런 자극적인 멘트들도 서슴없이 던져보고 마지막엔....”개집이 아닌 늑대의 집을 지으세요라고 서로 앞에 놓인 얼음을 녹여봅니다...

(참고로 이 늑대의 집은 이 한정된 지면으로 풀어드리기엔 너무 길어서 나중에 차차.....)

 

이어 본격적으로 우리의 마당에 대한 철학적 개념-도가 노장사상-을 들려주었습니다... 마치 밝을 자의 한자 뜻풀이를 하듯이요... “해와 달을 같이 두고 우리 선조들은 이걸 왜 밝을 명자로 불렀는지...자는 light 가 아닌 bright로 해석해야 합니다...(이후 생략) ”... ?....ㅎㅎ

 

미팅 시간이 상당히 흘러 칼집에서 날카로운 검을 뽑을 시간이 왔습니다... 드디어 준비해 간 스케치 도면을 보여드렸습니다. 참고로 예전에는 미팅 때 보자마자 바로 보여드렸는데 전략을 조금 바꿔서 클라이맥스를 노리기 위해 이제는 지루해하거나 마칠 때 쯤 도면을 보여드립니다. 호호~~

생각보다 넓은 마당이며 간결하고 절제된 평면을 보시더니 건축주께서 뭐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바로 이거야...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 찾을 수 없었겠죠... 인터넷으로는요...ㅋㅋ

 

결국 행복(맘에 드는 평면)은 멀리(인터넷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코앞()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는 하루였습니다... 실제 이 건축주분은 이 집 설계로 1년 이상 인터넷에 살다시피 했으니 얼마나 고심이 많았을까 생각하니 이해도 됩니다만 ... 그래도 전문의가 있고 전문건축사가 있으니 모든 일은 전문가와 상의해야죠... ~~ ㅎㅎ

아래 스케치 하나로 힘들게 모았던 많은 자료들이 마치 휴지조각처럼 느껴진다고 얘기하는 건축주를 바라보면서 지금하고 있는 이 작업(주택설계)에 대한 긍지가 자꾸 높아져만 갑니다..헤헤~~

땅이 얘기하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내 땅에 집중하세요라고 마지막 이 한마디 남기면서 서로의 만남을 기분 좋게 (실은 개집이란 표현을 써서 좀 찜찜했는데 스케치 평면을 보시더니 그 이유를 이해하신다는 반응이라서) 마무리 합니다...

 

... 10-Bay 주택 ...

 

규모 있는 마당을 내느라 건물의 덩어리를 대지 축에 순응하면서 최대한 날씬하게 가져가 봅니다... 단순하면서 절제된 형태와 동선처리로 경제성과 시공성까지 염두에 두면서요...

특히, 모든 실들은 남향으로 따뜻한 볕을 최대로 받을 수 있게 전면으로 실배치를 했습니다.무려 10-Bay (베이 : 주요 향에 배치된 구획된 각 실, )나 됩니다... 뚱뚱한 집(특히, 3베이나 4베이의 전형적인 아파트)에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10-Bay 주택이 등장했습니다...

뚱뚱하면 안되죠.... 날씬하게 살을 빼야 합니다. 그래야 따뜻해집니다... ? ㅋㅋ

 

1층은 시원스런 LDK로 적용해서 탁 트인 공간감과 별도의 방을 마련하지 않아서 동일 면적대비 상당한 규모의 거실공간을 자랑합니다. 2층에는 Office Landscape 가 보이는데요...가변적인 공간구성으로 현대건축(모더니즘)의 강력한 어휘가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얼마든지 다양한 공간의 변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외부는 마당을 중심으로 휴게데크와 툇마루를 통하여 내부와 교감합니다... 주변에 차폐식수를

빼곡히 심으면 이 마당에다가 속옷 빨래도 널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아래 파란색 Pond는 빨래터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빨래는 세탁기가 아닌 빨래터에서 하도록 한 설계자의 의도(?)가 느껴지시나요...

 

혹시 이런 따뜻하고 마당 넓은 집에서 살고 싶진 않으세요?.... 보조주방도 없고 나이들어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들고 특히 여름에 더울꺼 같아서 더리더리’ ?....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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