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당! 결국 흙먼지를 일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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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땅에 지어지는 'ㅁ'자 형태의 폐쇄형 주택
경상남도 김해시 율하택지개발지구다. 첫째와 둘째 지어지는 걸 보고 의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마주한 셋째는 그 땅 모양을 보고나니 흥미를 잃게 만든다. 반듯한 땅에 주변 부지들로 에워싸여 어딜보더라도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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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택지개발지구의 집들은 대지면적도 작고(80평 내외) 제약조건과 규제도 상당히 심한 편이다. 그래서 손바닥만한 마당 하나 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건 판교나 세종시나 여러 혁신도시에 우후죽순 지어진 집들을 쳐다보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늑한 마당을 내기 위해 준공 후 성처럼 담으로 에워싼 집들도 애법 보인다. 이렇듯 블록단지내 프라이버시는 늘 고민거리다.
더군다나 마당까지 프라이버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지금 소개할 사례처럼 커다란 흙먼지(?)가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참고로 김해 첫째 둘째 집은 단지내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주변에 꽉막힌 지금과는 양상이 다르다.)
한편, 의뢰인께서는 주변의 기름기 쫙 빠진 집들과는 좀 다른, 뭐 그저 그렇게 생겨서 뻔해 보이는 집을 짓고 싶진 않으셨던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기름진 내 손을 쳐다본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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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첫 그림은 잘 나오지 않는다. 작은 대지에 건물폭을 줄이고 안마당을 살려내려다 보니.... 그래서 한참 고심 끝에 오래 묵혀둔 비장의 칼 하나를 꺼내드는데...
그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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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슨... 바로~ '불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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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당이라는 본연의 맛을 살리고자 효율과 기능같은 양념들은 모두 걷어내고 대신 '불편'이라는 조미료를 하나 꺼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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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다' 이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불편' 이라는 단어가 가끔은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때로는 불편해 보이는 그림이 예쁘게도 보인다. ㅎ 물론 집 안에 다채롭고 흥미로운 동선이 잘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불편을 즐기는 집' 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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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께서 이 초안 스케치를 보고 나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 나도 심히 궁금해진다. 이 변칙수가 자충이나 패착이 될지 아니면 '신의 한 수'가 될런지...
이건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 두둥~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