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 꾸고 사라 사~" ....
중국말에는 사성이란 게 있습니다. 발음되는 거의 모든 말에 사성을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철자인 S 라는 단어를 한번 보죠. 중국어로는 '스~, 스우, 스으, 쓰' ... 이렇게 네개로 발음되며 전혀 다른 뜻을 갖습니다. 발음에 주의하지 않으면 자칫 큰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거 우리에게도 이런 사성체계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흔적을 잠깐 찾아보죠.
여기 '말'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달리는 말, 말할때의 말, 곡식 담는 말, 마지막할 때의 말.... 이처럼 말의 높낮이나 길이에 따라 완전 다른 뜻이 됩니다. 이런 면에선 중국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의 발음에는 크게 신경쓰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상황에 따라 이해만 되면 됐지 그걸 갖고 시시비비를 따지진 않으니까요. 이건 경상도에 가보시면 제 말을 더욱 쉽게 이해하시리라 봅니다.
지금 여기는 섭씨 40도의 경상도 대구입니다.
'고만 꾸고 사라 사~' 이 말은 쉽게 이해됩니다. 그건 바로 '돈 그만 빌리고 물건 사라' 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른 뜻도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이 말은 '방귀 그만 뀌고 똥을 싸라 싸~' 가 정확한 뜻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여기선 발음에 주의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여기는 '사다' 와 '싸다' 둘 다 통용되는 경상도 대구니까요. 호호~
경상도분들은 '샘'과 '살' 이 발음때문에 왕왕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그런데 잘 고쳐지질 않습니다. 왜냐면 고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고칠 수가 없어서 이겠죠. ㅋㅋ
항상 생각해봅니다. 왜 이 발음이 안되는 걸까요. '쌤'과 '쌀' ...
갑자기 대구분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집니다. ㅎ
서울 사람들은 샘을 먹는 샘으로만 인식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먹는 샘과 선생님 둘 다로 인식한다는 겁니다. 살도 마찬가지입니다. 먹어선 안되는 살이 있고 먹어도 되는 살도 있죠.
아 더 진도 빼다가는 고향에 발도 못붙이겠습니다. 근데 이 얘길 왜 할까요. 음~ ...
뭐... 그냥 대구가 그립고 보고파서 그랬습니다...
(아 이걸로는 수습이 절대 안되겠죠..ㅎ)
방금 어떤 말이 입안 혀의 위치에 따라 그 뜻이 완전 달라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재밌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집도 어떤 공간의 위치에 따라 느낌이 완전 달라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실은 이 얘기가 하고 싶어서 긴 서두를 꺼냈습니다.
물론 이 말을 꺼내기 위해 까다로운 중국어 사성을 거들먹거렸고 중요한 건 여름엔 입에 올려서는 안되는 도시를 건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가뜩이나 더운데 더 덥게 만들어서요...ㅋ
그러나 방금의 과오를 덮어줄 재미난 설계이야기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이제 점점 재밌어지려 합니다. (요말은 아시겠지만 별로 재미없을 때 쓰는 멘트입니다. ㅎㅎ)
이제 모드를 진지모드로 바꾸겠으니 다음 얘기에 주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신의 한 수》
우리는 수많은 집들을 봅니다. 그 중엔 악수를 둬서 패착인 집들도 많이 접하죠. 이런 집들의 공통된 특징은 집을 설계할 때 여러 대안들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어졌다는 겁니다. 대안이 없다는 건 '그 때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지' 이러면서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죠.
짓다가 다시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상상만해도 아찔하고 끔찍한 순간이죠. 그래서 '대안설계' , 이 점을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안됩니다. 특히 많은 대안을 가질수록 그 집은 '팔리는 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공간적으로 편안하고 기능적으로 편리하고 환경적으로 쾌적한 집... 물론 이 팔리는 집이란 다양한 검증을 받은 집이라서 나한테만 맞는 집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는 그런 집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집을 설계할 때는 주변에 많이 보여주셔야하고 자랑도 하고 특히 상반되는 훈수도 꺼리시면 절대 아니되죠. 무슨 보안시설 짓는 게 아니니까요. 시공 전에 반드시 많은 검증이 필요합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아니 전문가라 하더라도...
이건 마치 혀를 입 천장속으로도 가져갔다가 내려보기도 하고 또 툭 뱉듯이 짧게 발음도 해보면서 다양한 발성연습이 필요한 것과 흡사하다 봅니다. 정확한 발음을 찾아 소리내는 원리를 터득한 후 중국어를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멱살 잡힙니다. 예전 대림동과 가리봉동에서 뭐라 뭐라 하다가 똑같이 멱살 잡혀봤습니다. 사성 발음 잘해야하죠. 암요.. 제가 대륙에서 온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쓰마미셍' 이라고 했는데 더 불질러 버렸습니다. 일본어도 제대로 발음해야 합니다.... 호호~..
잠깐 슬라이스 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봅니다.
'대안설계'.. 이건 제가 잘하는 분야이기도 한데요. 바둑으로 치면 훈수바둑이죠. (원하신다면 훈수바둑 몇개 올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 훈수를 두는 이유는 자칫 패착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함도 있지만 실은 제가 직접 바둑 두지 못하니 (집을 직접 짓지 않으니) .... '저라면 이렇게 둬서 대마를 살릴 것이다' 라고 훈수를 두는 게 정확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수많은 집들을 훈수 두러 찾아 다녔는데요. 당연 욕도 좀 들어먹었죠. 그런데 이제는 어찌된 영문인지 욕한 그 분들이 거꾸로 저를 찾아옵니다. 한 수 배우러...ㅎㅎ
분명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습니다. 훈수에서 한수로... 흐흐~ (이제 점점 재밌어지려 합니다. 호호~)
아래 스케치를 봐주세요. 주방의 위치에 따라 완전 다른 집이 되어 있습니다. 이젠 절대 주부의 입김을 무시 못하죠. 주방이 어떠냐에 따라 집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 주방의 위치가 바로 입안 속 혀의 위치로 보시면 됩니다. 계속 혀끝을 차봅니다. 여러 경우의 수를 마련하기 위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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