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lank 여백,침묵)
갤러리 > B(Blank 여백,침묵)
평창군 횡계리 전원주택 덧글 0 | 조회 726 | 2017-08-04 14:03:57
관리자  

"고만 꾸고 사라 사~" ....

중국말에는 사성이란 게 있습니다. 발음되는 거의 모든 말에 사성을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철자인 S 라는 단어를 한번 보죠. 중국어로는  '스~,  스우,  스으,  쓰' ... 이렇게 네개로 발음되며 전혀 다른 뜻을 갖습니다. 발음에 주의하지 않으면 자칫 큰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거 우리에게도 이런 사성체계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흔적을 잠깐 찾아보죠.
여기 '말'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달리는 말, 말할때의 말, 곡식 담는 말, 마지막할 때의 말.... 이처럼 말의 높낮이나 길이에 따라 완전 다른 뜻이 됩니다. 이런 면에선 중국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의 발음에는 크게 신경쓰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상황에 따라 이해만 되면 됐지 그걸 갖고 시시비비를 따지진 않으니까요.  이건 경상도에 가보시면 제 말을 더욱 쉽게 이해하시리라 봅니다.

지금 여기는 섭씨 40도의 경상도 대구입니다.
'고만 꾸고 사라 사~'  이 말은 쉽게 이해됩니다. 그건 바로 '돈 그만 빌리고 물건 사라' 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른 뜻도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이 말은  '방귀 그만 뀌고 똥을 싸라 싸~' 가 정확한 뜻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여기선 발음에 주의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여기는 '사다' 와 '싸다' 둘 다 통용되는 경상도 대구니까요. 호호~

경상도분들은 '샘'과 '살' 이 발음때문에 왕왕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그런데 잘 고쳐지질 않습니다. 왜냐면 고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고칠 수가 없어서 이겠죠. ㅋㅋ
항상 생각해봅니다.  왜 이 발음이 안되는 걸까요. '쌤'과 '쌀'  ...
갑자기 대구분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집니다. ㅎ

서울 사람들은 샘을 먹는 샘으로만 인식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먹는 샘과 선생님 둘 다로 인식한다는 겁니다. 살도 마찬가지입니다. 먹어선 안되는 살이 있고 먹어도 되는 살도 있죠.
아 더 진도 빼다가는 고향에 발도 못붙이겠습니다. 근데 이 얘길 왜 할까요.  음~ ... 
뭐... 그냥 대구가 그립고 보고파서 그랬습니다... 
(아 이걸로는 수습이 절대 안되겠죠..ㅎ)

방금 어떤 말이 입안 혀의 위치에 따라 그 뜻이 완전 달라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재밌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집도 어떤 공간의 위치에 따라 느낌이 완전 달라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실은 이 얘기가 하고 싶어서 긴 서두를 꺼냈습니다.
물론 이 말을 꺼내기 위해 까다로운 중국어 사성을 거들먹거렸고 중요한 건 여름엔 입에 올려서는 안되는 도시를 건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가뜩이나 더운데 더 덥게 만들어서요...ㅋ

그러나 방금의 과오를 덮어줄 재미난 설계이야기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이제 점점 재밌어지려 합니다. (요말은 아시겠지만 별로 재미없을 때 쓰는 멘트입니다. ㅎㅎ)
이제 모드를 진지모드로 바꾸겠으니 다음 얘기에 주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신의 한 수》

우리는 수많은 집들을 봅니다. 그 중엔 악수를 둬서 패착인 집들도 많이 접하죠.  이런 집들의 공통된 특징은  집을 설계할 때 여러 대안들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어졌다는 겁니다.  대안이 없다는 건  '그 때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지' 이러면서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죠.
짓다가 다시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상상만해도 아찔하고 끔찍한 순간이죠. 그래서 '대안설계' , 이 점을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안됩니다.  특히 많은 대안을 가질수록 그 집은 '팔리는 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공간적으로 편안하고 기능적으로 편리하고 환경적으로 쾌적한 집... 물론 이 팔리는 집이란 다양한 검증을 받은 집이라서 나한테만 맞는 집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는 그런 집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집을 설계할 때는 주변에 많이 보여주셔야하고 자랑도 하고 특히 상반되는 훈수도 꺼리시면 절대 아니되죠. 무슨 보안시설 짓는 게 아니니까요.  시공 전에 반드시  많은 검증이 필요합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아니 전문가라 하더라도...

이건 마치 혀를 입 천장속으로도 가져갔다가 내려보기도 하고 또 툭 뱉듯이 짧게 발음도 해보면서 다양한 발성연습이 필요한 것과 흡사하다 봅니다. 정확한 발음을 찾아 소리내는 원리를 터득한 후 중국어를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멱살 잡힙니다.  예전 대림동과 가리봉동에서 뭐라 뭐라 하다가 똑같이 멱살 잡혀봤습니다. 사성 발음 잘해야하죠. 암요.. 제가 대륙에서 온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쓰마미셍' 이라고 했는데 더 불질러 버렸습니다.  일본어도 제대로 발음해야 합니다.... 호호~..

잠깐 슬라이스 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봅니다.

'대안설계'.. 이건 제가 잘하는 분야이기도 한데요. 바둑으로 치면 훈수바둑이죠. (원하신다면 훈수바둑 몇개 올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 훈수를 두는 이유는 자칫 패착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함도 있지만 실은 제가 직접 바둑 두지 못하니 (집을 직접 짓지 않으니) .... '저라면 이렇게 둬서 대마를 살릴 것이다' 라고 훈수를 두는 게 정확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수많은 집들을 훈수 두러 찾아 다녔는데요. 당연 욕도 좀 들어먹었죠. 그런데 이제는 어찌된 영문인지 욕한 그 분들이 거꾸로 저를 찾아옵니다.  한 수 배우러...ㅎㅎ
분명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습니다. 훈수에서 한수로... 흐흐~    (이제 점점 재밌어지려 합니다. 호호~)

아래 스케치를 봐주세요. 주방의 위치에 따라 완전 다른 집이 되어 있습니다. 이젠 절대 주부의 입김을 무시 못하죠. 주방이 어떠냐에 따라 집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 주방의 위치가 바로 입안 속 혀의 위치로 보시면 됩니다.  계속 혀끝을 차봅니다. 여러 경우의 수를 마련하기 위함이죠.

...

 

 

...

바둑 6급 둡니다.  치열한 바둑 한판 두고나면 진이 다 빠지죠.  오랜시간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요즘은 멈춰버린 느낌입니다. 한 수를 더 내다본다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ㅠ.ㅠ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됩니다. 바둑도 내기 아니면 영 맛이 떨어져서리... 그래서인지  도무지 실력이 늘지를 않는군요...음~~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급수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마치 당구처럼요.  호호~

작년 초였던가요.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을 기억하실 겁니다.  내리 세 판을 연달아 지고나서 인간 이세돌이 이긴 한 판이 있는데요.

그 때 이세돌은 아주 기나긴 장고끝에 흑돌 사이에 껴넣는 한 수(백 78수)를 둡니다.  그 한 수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말그대로 엄청난 충격, 그 자체였죠. 인간계에선 절대 둘 수 없는 한 수로 기억됩니다. 암튼 대단했었죠. 인간이 이긴 유일한 한판, 그 배경이 된 한 수,  바로 '신의 한 수'라 부를 만합니다.

건축공간을 계획할 때도 이와 비슷할 때가 있습니다.
(아참  제 글은 비약이 아주 심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해가 안될 때는 걸러서 봐주셔야 합니다.ㅎ)
바둑처럼 한정된 배치와 규모, 정해진 시간안에서 풀어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스케치도 구체적인 제약조건이 있었고 또 정해진 규모와 시간내에 풀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대규모 단지여서 어떤 표준형타입을 구상하는 내용이었죠. 각 필지당 공사비를 고려해서 방 2개의 18평 이하로 계획하라는 까다로운 요구조건도 들어 있습니다. 답답하지 않은 진출입과 주차, 남서측의 탁트인 개방감과 조망을 확보하라는 것과 단순하면서 경제성 있는 평면, 그러면서도 현대적인 형태이미지를 또 요구합니다.  다락에 대한 언급도 당연 있었구요. 물론 마당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간인데요. 바로 다음날까지 계획해서 보여달라는 거였습니다. 대안평면 여러개 가능하면 더 좋다고 덧붙이면서요. 제가 대안설계 전문인 건 맞지만 그래도 시간은 좀 주고 했으면 어땠을까요.ㅠ.ㅠ (아무리 능력을 믿는다 해도 그렇지. 호호~~)

주방계획하실 때 냉장고문의 개폐방향, 주부의 삼각동선, 봉창과 조망창, 어쩌구저쩌구 하고 싶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서 오늘은 간단히 거실과 주방 위치만 놓고 보겠습니다.

위 스케치를 보시면 원안이 있고 대안이 있습니다.  거실위치가 다 똑같은데 뭐가 대안계획이냐 이러실 겁니다.
원안에서 보이던 불편함(주방이 좀 작고 구석에 있어 답답하죠)을 대안이 해결해 줍니다.  방에 장농도 보입니다. 이제 좀 쓸만합니다. 그런데 뭔가 많이 아쉽습니다. 원안의 장점을 살려내지 못한 것 같아서요. 집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절대 안됩니다. 아까 말했듯이 짓다가 다시 지을 수 있기때문이죠. 꼭 제대로 대안을 만들어 내야합니다. 또다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데 새로운 대안이 하나 떠오릅니다.


이제 드디어 '신의 한 수'를 보여드릴 시간이 왔군요

(자 이제 진짜 재밌어지려 합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글을 쓰는 제가 이렇게 즐거운데 보시는 분들은 얼마나 재밌을까 ... 하고 생각듭니다. 호호~)

그 전에 힌트 하나 드리죠... 힌트는 바로 사소취대 (捨小取大)입니다... 작은걸 버리고 큰 걸 취하라는 바둑용어죠.. 버려야 살죠 ㅎㅎ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걸 더 버려야 쓰임있는 대안이 등장할까요?... 
자 이제 이걸 생각해내신다면 진정한 고수이십니다.  이 문제의 '신의 한 수'는 과연 무엇일까요. 으흠~  ㅎ


...

 


 ...

이 '신의 한수' 는 바로 현관을 없애는 안이 되겠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현관을 품고 살았을까?... 이런 의문으로 시작해본 대안이었습니다.  다들 별로 맘에 안들어하실 줄 압니다. 왜냐?. 현관을 없애서요.

실제 이 문제(?)를 접했을 때...18평이라는 한정된 면적 때문에 고민 참 많이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면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욕이 안나오는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엥?

한편, 작은 집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볼 수 있는 대안이라 생각되어 이 멋진(?) 스케치를 공개해봤습니다. 저라면 면적비례 같은 돈내고 짓는다면 현관을 없애겠습니다... 자 어떠신가요?...고민의 흔적이 느껴지시나요?... 후후~
 
 
닉네임 비밀번호 코드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