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한방울, 들어오지 않는 거칠고 척박한 야생의 땅! 산지라서 그런지 경사도가 상당하다. 그런데 빼곡히 들어찬 전나무사이로 그나마 평탄한 자리 하나 눈에 들어온다. 그쪽으로 한발짝 내딛는 순간 발 아래로 수많은 이끼들이 앞다투어 짙은 향을 마구 뿜어대고 있는데... 내가 거친 땅을 좋아한다는 걸 이미 알아채 버린걸까.... ㅎ
땅을 살짝 밟아보니 '푸욱~ 쑤욱~' 발등이 그냥 맥없이 파묻힌다. 흠~~ 사람의 발길을 허락치 않은 이 극한의 땅,,, 여긴 춥고 매우 습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니 얼른 다른 곳을 찾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바로 짙은 향을 피우며 여기가 북쪽이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짙은 향은 북입니다.ㅎ) 그런데 다른 곳이 있을 리 만무하다.
지금껏 집터로써 이 땅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다. 그럼에도 건축주가 이곳으로 나를 안내한 이유는 단순해 보인다. 왜냐, 계곡 맞은편 절경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을테니까...
"좋은데요. 저쪽은 병풍처럼 한폭의 그림이네요."
잠시 건축주분의 흐뭇해하는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이내 적막하고 깊은 이 골짜기에 군림(?)하고픈 욕망을 듣게 되는데, 무려 5만평이나 되는 이 거대한 공간을 지배하고픈 한 남자의 로망이 담긴 이야기를...
잠시 듣고 있다가...
"자연에 임팩트를 최소화하면 분명 천하(주변)를 손안에 거머 쥘 수 있습니다." ...
"안그래도 평평하게 미는거보다 경사를 살리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경사가 급한 아래쪽이 더 좋을까요?"
"음~ 다소 완만한 여기가 좋겠군요."
결국 촉촉하게 젖어 있는 이 수많은 이끼들 틈에 하나의 공간을 탐하고야 마는데... ㅎㅎ
[작은 집]
참으로 작죠. 10평도 안되니... 그런데 이 조그만 집이 무려 5만평이나 되는 주변 경관을 공간적으로 장악합니다. 분명 모든 풍광이 이곳으로 집중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아무도 관심없던 자연에 인공(건축)이란 조미료를 살짝 쳐주면 그 오묘한 맛이 살아나게 되듯이 건축이 자연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게 되길 희망해봅니다
아참 이 산에서 오랫동안 살아 숨쉬던 저 이끼들을 짓밟지 않으려고 건물을 붕~ 뛰워 봤습니다. 산에 대한 예의죠. 임팩트를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봐주시길... (하우스파일을 박으려다가 겨우 참았습니다. ㅎ) 대신 공간이 작아서 하부에 Crawl 공간을 제안해 봅니다.
그나저나 방위표가 뒤집혀져 있어 북조(北眺)논쟁이 곧 시작되겠네요. 엥? ㅎ 공간도 너무 작아서 염려도 됩니다. (잘보시면 세탁기하나 둘데도 없거든요.) 그보다 이 작은 집이 저 푸른 이끼(자연)들 틈에 잘 스며들어야 할텐데 걱정도 많이 됩니다... 초라해보이는 이 작은 놈도 결국은 내 자식이니까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