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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젠틀맨 덧글 0 | 조회 84 | 2019-07-14 16:08:49
예지이모  

오십의 고개를 넘어 선 임학준 교수는 반백의 머리에다 키가 후리후리한 점잖은 신사였다. 채림새만 좀더 산뜻했으면 틀림없는 영국의 젠틀맨이다.

안경을 쓴 길음한 얼굴이 절반으나 세인 올백의 머리와 기품있는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동작이 무겁고 사색하는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깊은 주름살이 두 개 양미간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오늘부터 하루 걸러 한 번씩 이회에 걸쳐 임학준 교수의 연애 강좌를 열기로 했읍니다.』

교무과장인 사십 대의 박교수가 단상에 오르자 소개의 말을 시작하였다.

『팔·일오 해방과 더불어 우리 한국은 온갖 바카라 봉건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 민주 국가로서 새로운 발족을 하게 되었읍니다. 따라서 개인의 인권과 남녀 평등을 옹호하는 헌법의 제정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은 실로 하나의 문화 민족으로서의 긍지가 아닐 수 없읍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유감되게 생각하는 바는 그러한 자유 민주주의를 참되게 받아 드릴만한 정신적 토대의 결핍, 다시 말하면 교양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자유주의는 방자주의(放恣主義)를 의미하게 되었고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는 카지노사이트 서글픈 사실이 바로 그것입니다. 더우기 근자, 육〃이오 사변을 전후하여 식자들의 눈썹을 모이게 하는 젊은 남녀의 풍기문란은 하나의 중대한 사회 문제로서 다음 카지노 세대의 일군이 될 학생 여러분의 장래를 위해서 우려하여 마지않는 바입니다. 민주주의를 향유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연애는 물론 자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연애의 자유로움과 방자함을 혼동함으로써 대해와같이 양양하고 주옥과 같이 귀중한 여러분의 인생을 스포일하는(좀먹는) 결과를 맺어서는 과연 될 것인가? 매일과 같이 섭취하는 우리의 음식물이 우리의 육체를 기르는데 있어서 어떠한 영양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를 알아야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목하 당면하고 있는 절실한 욕구의 하나인 연애 문제에 있어서도 그것이 여러분의 인생을 영위하는 데 어떠한 영양가치를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 참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고, 하품이 나네요. 우리들은 여학생이 아니랍니다.』

어디선가 극히 명랑한 소리가 한 마디 툭 튀어나왔다.

『하하하하……』

학생들이 모두 뒤를 돌아 보면서 조용히 웃었다.

그것은 확실히 교실 맨 뒤 어느 한 구석에서였다. 자리가 모자라 좌석 맨 뒤에는 학생들이 겹겹이 쌓이듯이 모여서 있었다. 그 겹겹이 쌓인 얼굴 가운데 어느 하나가 여학생이 아닌 대학생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교무과장은 그 얼굴을 골라 낼 시간의 여유도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분위기에 어울릴 미소 하나를 싱긋이 지어 보이며,

『앞 말이 다소 길어져서 미안합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임교수의 강의를 시작하겠읍니다. 임학준 선생은 새삼스레 소개할 필요도 없을만큼 사계의 고명하신 분으로서 학덕이 겸비하신 인격자이시며……』

『인제 그만해 두세요. 애처가로서도 고명하신 선생님인 줄을 잘 알고 있지요.』

『하하하핫……』

『하하하핫……』

이번에는 학생들이 마음을 놓고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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