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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은 아니오. 죽음을 흥정하는 상인이지.그랬다. 짧은 편 덧글 0 | 조회 437 | 2021-05-08 13:48:53
최동민  
보통 사람은 아니오. 죽음을 흥정하는 상인이지.그랬다. 짧은 편지였지만 손자에 대한 진한 사랑과 아울러 조선인으로 꿋꿋하게 살아갈 것을 부탁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편지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잡범은 아닐 것이었다. 그렇다면 무슨 죄목으로 시베리아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유형생활을 해야 했을까. 더군다나 러시아인도 아닌 조선인으로서. 가즈오의 할아버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역사학도로서의 궁금증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상훈은 다시 한번 편지를 훑어보았다.조 전무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꼭두새벽부터 웬일이야?.비는 언제 세워진 것입니까?.늦어도 좋으니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하야꼬 씨와 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우연히 여기 미술관에 오다가 만난 것뿐이고 오늘은 가즈오 씨가 만나자고 해서 왔을 뿐입니다.연락처를 주세요. 제가 알아보고 연락을 드릴게요.아, 새카만 검사들 몇 놈이 와서 나를 살인교사 혐의로 연행하겠다는데 당신은 이제야 보고를 받았다는 게 말이나 되는 얘기요? 즉각 총장에게 지시해서 이 철없는 놈들을 불러서 혼쭐을 내라고 하시오.우리는 그 중요한 호태왕비의 탁본을 일본에 맨처음 가지고 온 사람이 육군본부의 간첩이라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4,5세기에 일본이 신라, 백제, 임나를 지배했었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유일한 결정적 자료를 육군참모본부의 간첩이 가지고 오고 그 해석도 육군참모본부에서 하고 학자들은 그 후 아무런 비판 없이 이것을 정설로 받아들여 온 국민을 교육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졌습니다. 그후 우리는 신중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연구자에 따라서는 4,5세기의 한국지배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논문을 써내는 사람도 생기더군요,〈망명〉상훈은 가즈오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로부터 그런 편지를 받고 가즈오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수맣은 세월을 뒤덮어 왔을 것이다. 그러나 가지 못하는 자신이 정녕 답답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을 기다려오다 결국 가즈오는 자신을 택해 이
강제 이주 당시의 상황을 증언한 테이프에요. 도움이 될 것 같아 드리는 거예요.오늘 하루종일 연락이 없으시군요. 평소엔 늘 전화를 주셨는데요.빠짐없이 부대의 기록을 찾아왔어도 아무런 성과를 못한 상훈은 일단 닛꼬의 이마무라 주임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돌아온 것도 알릴 겸 무슨 성과라도 있었는지 알아보아야 할 것이었다. 전화를 받는 주임의 목소리는 반가움에 겨워 감격스럽기조차 하였다. 한걸음에 동경으로 내려온 주임은 이제는 동경대학교의 지하 학생식당이 경찰서의 간부식당이라도 되는 양 너무나 익숙하게 줄을 서서 배식을 받았다.그러면 어떻게 알아볼 방법이 없을까요?그렇시다.얼버무리는 상훈의 목소리에 뒤이어 바로 하야꼬의 목소리가 따랐다. 하야꼬의 어디에 이런 다부진 구석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단호한 목소리였다.뭐라고 했습니까?가즈오의 나라2,차례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어쩌면 호태왕비의 비밀을 푸는 결정적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음, 가네무라 상이 살해당할 만한 무슨 이유라도 있었단 말인가?’목마름을 참지 못하던 입술은 하야꼬의 얼굴에서 맴돌다 깨물면 물이 똑똑 듣을 것만 같은 갸름한 귓불에 머물렀다. 은은한 화장내가 배어 있는 하야꼬의 귓불은 해면과도 같은 부드러움이로 끊임없이 상훈의 입술과 혀를 자극하고 가느다란 떨림이 솜털을 일으켜 세우며 상훈의 아래윗니 사이에 애처롭게 몸부림을 일으키고 있었다.좋습니다. 해요. 사실은 우리도 한국인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의 이익금은 한 푼도 붙이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돈은 당장 가져올 수 있습니까?며칠간 상훈은 참모본부의 자료를 추적했다. 그 자료를 읽으며 상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878년에 설치된 이 조직은 이미 1880년에 만주와 중국에 비밀리에 장교들을 보내 군사전략적 견지에서 병제, 군비, 지리를 비롯한 각종 정보들을 입수함은 물론 당시 정쟁에 여념이 없던 조선에도 군인들을 보내 『조선지지를 편찬하여 전쟁준비를 치밀하게 진행시키고 있었다. 이것은 과거 임진왜란 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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