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촌주택...
퇴촌에서만 세 번째 설계다. 이전 두 건은 보류라서 잘하면(?) 이 세째가 먼저 추월할 듯하다.
땅은 500평이 넘어서 대지를 세 개로 잘 쪼개야 한다. 맹지가 안되게끔. 어떻게 자르더라도 이 땅은 셋 모두 설계하고 싶을 정도로 욕심이 난다. 모두 발 아래에 계곡이 흐르는 곳이라서 그렇다. 내 사주는 물이 많아서 명리학적으론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매번 이런 계곡만 만나면 요상하게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좋은데요. 저 쪽은 병풍처럼 한 폭의 그림이네요~"
의뢰인의 흐뭇해하는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이내 적막하고 깊은 이 골짜기에 군림(?)하고픈 욕망을 듣게 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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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뷰... 건물로 아늑하게 감싸인 안마당을 그리고 있다.
한편 의뢰인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다시 말해서 조망이 제일 좋은 곳에다가 집을 지으려고 한다. 그래서 건물 배치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구하는데, 한참을 살피다가 이 곳이 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거실이나 안방에서 주향인 조망을 살리려면 북동쪽으로 건물이 배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한번은 가운데 땅을 쳐다 보게된다. 4m정도 낮은 땅인데 계곡과의 접근성도 좋고 (낮으니까 ㅎ) 특히 레벨차가 있어서 입체적인 계획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가운데 땅은 지금도 의뢰인께 허락을 구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그려놓고 보니, 그리 나쁘지 않는다. 그래서 내일쯤 보내볼까 한다. 아래는 이러한 설계자의 욕망(?)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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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통로(필로티)를 빠져나오면 짜잔~하고 등장하는 거대한 병풍과 그 아래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를 마주하게 되는데,,,
진입뷰 (Floating House) : 뒤쪽으로 난 안마당을 틈으로 보여주고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듯이... 건물을 살짝 띄워 올려 주변 조망을 살려보고자 의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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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를 하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처럼 생각하는 설계자를 만난다면... 나는 분명 그에게 내 집을 맡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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