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충청도 아산입니다. 봉화에 이어 이번에도 자매가 사는 집을 그리고 있습니다. 재밌습니다. Syster House ... (조만간 대항마격인 Brother House 도 나오리라 믿쉽니다.)
아마도 동생분께서 봉화주택의 언니분처럼 죽어도 같이 붙어서 살겠다고 했던 모양입니다. 일전에 소개한 봉화주택의 영향이 있었던 걸까요. 아무튼 자매지간이라 땅도 나란히 마련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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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상 왼쪽이 언니분, 오른쪽이 동생분 땅입니다. 참고로 언니분 땅은 동생네 보다 3m 낮은 자리에 위치해 있는데요. 도로진입조건이 조금 좋지 않네요. 도로가 급해서요.
30채 정도 토목개발이 진행중인 전원주택 단지이고 두 집이 아마 처음으로 들어설 예정이네요. 맨 먼저 조용한 산자락을 선점해서 그런지 트인 조망이며 프라이버시는 매우 훌륭하네요. 모든 게 선빵의 힘이죠. ㅎ 사실 이런 땅에서는 집은 저절로 그려집니다. 좋은 땅에는 좋은 집이 들어설 수밖에 없을테니까. 그리고 이 두 집은 건물형태도 서로 닮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왜냐믄, 자매니까요.ㅎ
더 흥미로운 사실은 저한테는 일타쌍피라는 사실! ㅎ 두 채를 동시에 설계할 행운이 찾아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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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도면상 좌측 반듯한 땅이 언니네, 우측 길쭉한 땅이 동생분 땅입니다. 아참 아래 건물배치는 이런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분명 거실에 누었는데 마당에서 자고 있습니다.'
이런 컨셉, 어떤가요? ㅎ
몽유병 아니냐고 할꺼 같습니다. 그러나 이 컨셉은 언니 바깥분께서 제안한 내용입니다. 이런 집을 제가 잘 그려줄꺼 같아서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렇게 해드린다고 단번에 약속을 해버렸네요. 이런 꿈 속의 집, 언니집은 앞으로 우야믄 좋을까예~ ㅎ
이 분도 나를 과대평과하고 있군요... 아무튼 언니분 집은 좀 뒹굴어봐얄꺼같군요. 머리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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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 두 집 가운데 우측의 동생분 땅부터 손을 댈 생각입니다. 갈 길은 언니분도 바쁜데. 그리고 장유유서라 했거늘... 그런데도 동생 집을 먼저 그리는 이유, 다음 세 가지를 들어봅니다.
첫째는 동생 집이 언니 집에 그림자며 프라이버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요. 3m 높은 데 위치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제가 길쭉하고 못생긴 땅을 선호해서죠. 그리고 마지막은 언니집은 제가 좀 뒹굴어본 후에나 이야기가 나올 꺼 같아서죠. 호호~
'거실에서 뒹굴었는데 어느새 마당에서 잠을 자고 있다?'...
자꾸 이 말이 재밌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쪽마루에다가 마당쪽으로 슬라이드 하나 두려니 생각이 바빠집니다. 사실 이 말은 마당에서의 프라이버시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홀라당 벗고 다닐 수 있는 마당을요...
아무튼 이제 다시 동생분 땅을 들여다 봅니다. 폭이 좁고 길쭉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도로 반대쪽은 자연수림대를 노려보고 있네요. 더구나 이쪽이 남쪽이라 정말 다행, 아니 금상첨화입니다. 풍수에서 말하는 전착후관(입을 좁게 하고 뒤를 뻥~ 뚫어버리는 수법) 의 전형적인 땅이라 손에 힘이 저절로 들어가는군요. 아무튼 이 땅도 흥미롭고 다채로운 내,외부 동선을 끌어들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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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분 땅 ... 초기 스케치 입니다. (참고로 초안은 평면을 반듯하게 놓고 그려야 합니다. 건축주분의 이해가 필수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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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참 예쁘네예"
맘에 든다는 소리죠. ㅎ 참고로 동생분은 고향이 김해입니다. 언니분은 대구고요. 자매라고 했는데 이건 왜 다를까요.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이건 나중에 들려드리도록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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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위 초안이 나오고나서 동생분은 기나긴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사실 동생분은 원래 선점했던 땅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죠. 처음에 김해 동생분은 대구 언니분과 조금 떨어진 반듯한 땅에 집을 지으려고 했었죠. 그리고 미팅때 그 땅에 가볍게 그려본 스케치도 나쁘지 않았고... 그래서 좀 전의 길다란 땅에서는 잘 풀리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이 컸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자매의 정이 도대체 뭔지... 이 반듯하고 예쁜 땅과 좀 전의 폭 좁고 길쭉한 땅을 바꿔버릴 정도였으니...
"제가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요. 저는 못 생긴 땅을 더 좋아한다고. 하하~"
방금 마당이 예쁘다고 했는데 저는 못생긴 땅을 좋아한다고 동문서답하고 있네요. ㅎ 그나저나 이 초안을 만족해하셔서 다행입니다.
집은 땅이라는 재료도 좋아야 하겠지만 요리사의 솜씨 또한 빼놓을 수 없겠죠. (요거이 자화자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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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땅을 바꾸신다 하길래 걱정이 많이 앞섰습니다. 이전 땅에서보다 능가하는 설계안이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죠. 근데 막상 그려놓고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군요. 특히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는 바뀐 동생분의 땅을 능가하는 땅은 최소한 이 단지내에는 없었으니까요. 언니분 곁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프라이버시였을 겁니다.
"쬐끔 떠들어도 괜찮아유~ 옆집이 언니니께유"
갱상도분의 어색한 사투리였습니다. 근데 쬐끔 떠든다는 이 말, 잘 해석해야 합니다. 여기 충청도유~ 후후~
참고로 아래는 언니분 평면입니다. 지금 평면은 바뀌고 있네요.